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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미 팬덤 내의 갈등에 대하여

차이와 오해, 그리고 희망

우리 모두 지난 주 목요일부터 참으로 힘든 시간 겪었습니다. 일단 큰 위기는 해결된 것 같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방탄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만, 내부에서의 오해와 갈등이 우리 사랑스러운 아미 팬덤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많은 분들이 상처받았고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분들도 마음속에 아프고 서운한 구석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다양한 개인들로 이루어진 팬덤을 상대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지칠 만큼 아프게 고민했지만, 아무런 길도 없어보였습니다. 괴로웠고 절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모든 아미가 방탄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와 사랑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희망이 생겨났습니다.   

다른 한국 아미들과 마찬가지로 제가 보기에도 이번 협업은 분명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사안을 두고 외랑둥이들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 처음에는 저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입장을 가급적 많이 찾아보려 했지만, 트위터의 특성상 그들의 전체적 입장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어제 외랑둥이들의 입장을 듣고자 하는 ‘밀태’님의 영문 트윗을 보았고, 외랑둥이들이 올린 댓글들을 보다 보니 그들의 입장과 우리와의 차이에 대해 다소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밀태님이 외랑둥이들의 글에 대한 번역문을 올려주신다고 했으니,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그 타래를 읽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먼저 가져야 할 태도가 있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씁니다. 사람들에게는 거의 본능적으로 ‘나’의 입장을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가정하는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쉽지, ‘역지사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역지사지를 한다 해도 내 입장에서의 역지사지이지 진정한 역지사지란 정말이지 힘든 일입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래 나도 너희가 문화적,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는 걸 알아’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 차이의 의미와 무게를 진정으로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생각은 오만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었고, 우리에 대한 성찰이 상대와의 화해를 위한 첫걸음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아미의 협업 취소 요구는 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외랑둥이들도 대체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요구를 관철시키는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빅히트의 콘서트 아미밤 패어링 관련 공지나 bts official 계정에 똑같은 항의글을 도배하듯 스패밍한 것은 좋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한국 아미 중 많은 분들도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만, 그런 행동이 쉬이 수그러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해도, 한국 아미의 입장에서는 워낙 중차대한 사안이었기에 그와 같은 과도함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아미들은 사안이 워낙에 엄청난 것이라 일단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흥분 상태는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외랑둥이들에게 ‘우리 역사 문제를 너희는 잘 모를테니 뒤로 물러서 있으라’고 했다가, 갑자기 ‘영어 성명문을 트렌딩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한국 아미들이 있었습니다. 이 지점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복잡하고 미묘한 타국의 상황을 우리가 잘 모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도움을 청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물어볼 것입니다.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했는데? 그런데 이때 그들이 매우 모호한 이야기만 합니다. 그 사람이 정확히 무슨 짓을 했는지 명확히 증거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꺼려질 것이 당연하고, ‘분명한 증거도 없는데 저들이 왜 저러지?’ 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한국 아미들은 ‘이 문제는 엮이기만 해도 한국 내에서 끝장이 나는 문제야. 증거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야. 이미 그렇게 대중적으로 인지가 되어 있어서 방탄이 엮이면 그들의 가수로서의 생명은 끝이야. 그러니까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그냥 도와줘. 최소한 여혐 부분은 명확한 증거들이 있으니 그걸로라도 도와줘’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외랑둥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행동에 나서기 이전에 고려해야 했던 다른 사항들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소속사와 가수를 명백히 구분합니다. 왜냐하면 특히 아이돌 가수는 소속사에 종속되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방탄은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 다르게 자율성을 갖고 작업에 참여해 좋은 음악을 펼쳐 보였기에 외국에서 지금과 같은 인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는 소속사와 가수가 우리나라처럼 명백히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티스트라면 당연히 자율적인 존재라고 가정을 합니다. 소속사는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입장이지 그들을 생산해 낸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 상식입니다. 그래서 외랑둥이들이 이 이슈에 대해 대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미국 언론이 당연히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방탄은 여러모로 타격을 입게 됩니다. 방탄은 그토록 문제적인 인물과의 협업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결정한 불성실하고 부주의한 아티스트로 치부될 수 있습니다. 또한 협업을 방탄이 아닌 소속사의 결정으로 돌릴 경우에는,  자율적인 아티스트로서의 방탄의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외랑둥이들이 협업 문제를 가급적 조용히 처리하기를 간절히 원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한국 아미들의 온라인 집단 시위에 큰 불만을 가졌던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외랑둥이들은 증거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험한 말들이 오갔습니다. 자신에게 상식인 것이 상대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서로 충분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각기 자신의 입장을 당연시하면서 서로 답답해하며 싸우는 과정이 반복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증거 요구에 대해 한국 아미들은 외랑둥이들의 속사정을 알지 못한 채 ‘왜 우리의 판단을 믿어주지 못하냐’고 서운해 할 수밖에 없었고, ‘이 상황은 증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 그렇게 찍히면 끝’이라는 이야기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 일본 피디가 지시했던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공연, 나찌를 연상시키는 무대 의상, 자위대 잡지 모델 건, 아베와의 친분 등은 우리에게는 극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맨의 수완으로 볼 수 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3자에게는 한국에 대한 혐오 발언을 했다거나 아니면 2차 대전을 미화하는 발언을 직접적으로 했다거나 하는 보다 명백한 물증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특히나 외랑둥이들로서는 나중에 언론 대응을 위해서도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믿고 도와달라는 이야기만을 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의 예민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에 대한 일반론만을 반복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쪽에서는 우리의 대응 방식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조용히 일을 처리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입장 차이는 점차 다양한 비난으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가상의 대화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외랑둥이: “왜 너희는 증거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우리한테 도와달라고만 하는데? 도와주려면 뭐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너희는 왜 이렇게 군중심리에 휩싸인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너희                           행동은 방탄에게 해가 된다고!”

한국 아미: “너희는 우리 사회와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줍잖게 아는 척 하지마. 우리를 보고 증                            거도 논리도 없는 비합리적 집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신뢰도 없다는 거야. 가족이라면서 우리 사이에 증거나 제시하라는 말이 어떻게 나오니? 너희는 우리                  를 무시하고 있어.” 


모르는 사안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는 누구든 할 수 있는 당연한 요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는 증거보다는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해 주어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일단 믿어주고 나중에 증거를 찾아보자’가 우리의 일반적인 감성적 반응 같습니다. 이 점에서 한국 아미와 외랑둥이 간에 사고방식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경우에 증거나 논리보다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신뢰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서구인들은 만일 우리가 동료이고 친구라면 서로에게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이러니까 함께 하자‘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충분한 설명이나 근거 제시 없이 ‘내 결정, 그냥 믿고 따라줘. 나 믿지?’ 식의 태도는 상대가 자신을 친구나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협업 문제는 방탄의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와 관련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니만큼, 전세계적 방탄 팬덤 내에서 평상시에 두드러지지 않았던 차이가 그만큼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협언건에 대한 한국 아미들의 문제 제기는 언론에 노출될 경우 방탄에게 위해를 끼칠 수도 있는 위험한 사안이었습니다. 한국 아미들도 ‘가급적 실트에 오르지 않도록 조심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실트에 올라 구설에 오르더라도 이 문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집단적으로 시끄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과거 수차례에 걸친 경험을 통해, 조용히 항의 메일을 보내거나 빅히트 사무실을 조용히 방문해서 건의하는 등등의 행동으로는 이 사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확신했습니다. 외랑둥이들은 이 부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아미들의 문제제기에는 동의하더라도 ‘문제를 조용히 해결했어야 했다’고, ‘너희의 비합리적인 태도가 지금 외국 언론들에게도 이 이슈를 알려 버렸다’고 외국 아미들은 우려를 표했고 이는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굳게 믿고 행동했을까요? 왜 우리와 달리 외랑둥이들은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었을까요? 저는 여기에 한국의 특수성이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우리는 한 번도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사회에 살아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조선시대의 계급제도, 일제 강점기, 군사 독재 정권, 가부장제도 등등 각종의 권위주의에 짓눌려 살아왔습니다. 조용히 의견을 전달하고 서로 토론해서 좋은 합의를 이끌어내 본 역사적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의견을 제시해도 힘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말은 무시되어 왔습니다. 특히 오랜 군사독재와 그 후유증 때문에 증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 토론이나 합의 같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지금 수준의 민주주의라도 가지게 된 것은 모두 집단행동 덕분이었습니다. 그 집단행동은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그저 비이성적인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한국인들에겐 우리가 우리를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무리한 방법, 부적절한 행동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이번 이슈는 평화롭게 해결되었지만, 한국 역사에서 권위에 맞서 싸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근까지도 한두 명이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며 만들어낸 역사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집단행동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반응이 되어 버렸다는 점이 가슴 아픕니다. 더구나 외랑둥이들의 상식과 비교할 때 우리의 상식을 만들어낸 우리의 역사가 그만큼 더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지금의 행동도 정당하다’고 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도 진화해야 합니다.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좀 더 합리적이고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면서 설득하고 의논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우리 사회의 다른 어디에서보다도 아미들이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 시간만이라도 차분하지만 신속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조용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이번에 사용했던 것처럼 스크린샷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팩트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논리를 통해 설득하면 아미 팬덤 내의 누구와도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0여 년 동안의 촛불 시위의 변화 양상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처음 광우병 촛불 시위 때는 정당한 요구를 함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상황으로 치닫게 되어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국정농단 촛불 시위 때는 모두가 티끌만큼의 폭력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결국 시위를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 아주 유사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진화해야 하고, 그래야만 나중에도 이길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아미 모두에게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아미와 외랑둥이들이 서로에 대해서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되었고, 서로간의 차이로 인한 상처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고,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상처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더 크고 새로운 희망을 본 것 같습니다. 이번 일로 흉터는 남아도 우리는 서로를 더욱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이 흉터를 용감하게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말입니다.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Answer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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